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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로키/번역] Arenas Temporis (3/14)

토르로키 / Thorki

"Arenas Temporis(시간의 모래)"

by thorvaenn


원문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4275582/


  • 작가님의 허락을 얻어 번역합니다. (https://i.imgur.com/e3N884O.png)
  • 총 14편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 토르가 자신의 삶을 계속 반복하며 매 삶마다 로키와 함께 하고 사랑하는 루프를 겪습니다.
  • 워닝: 로키 과거 성적 학대 암시




*    *    *


3장. 'sæbjørn (시에비욘)'



토르의 방으로 통하는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토르는 여지없이 긴장하며 들어오라고 일렀다.

이틀 전 그는 로키를 그의 방까지 데려다 주면서, 로키가 조용히 울고 있는 사실을 못 본 척 했다. 토르의 부드러운 손길 아래 로키의 등이 떨리고 있었다.

로키가 천둥을 무서워했던 일이 이번이 첫 번째 기억은 아니었다. 로키와 함께 담요를 뒤집어 쓰고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는 로키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 주며 킥킥거리며 웃던 것이 몇 번 있었던 일이었더라? 토르는 번개와 천둥 같은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동생을 달래려 애썼더랬다. 하지만 그 때는 두 사람 다 어린아이였다.

그 생각까지 떠오르자 토르는 갑자기 머리를 울려오는 깨달음에 욕실로 급히 달려가 세면대에 위액 섞인 침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라. 그랬다. 신과 거인들의 긴 삶에 있어서 두 세기라는 것이 어떤 시간인가. 로키는 자신이 산 속에서 어떤 노인에게 길러졌다고 말했다. 그 곳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툰헤임의 척박한 환경 때문에 한 장소에 너무 많은 거인들이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고 나서 로키는…붙잡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말이다. 로키는 이 세상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로키는 토르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문이 열렸다. 토르가 로키를 데려오라는 전갈을 보냈던 근위병과 로키가 서 있었다. 토르는 웃으며 손짓을 해 보였다.

“로키! 들어오렴.”

로키는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었다. 옆의 근위병은 고개를 꾸벅한 후 떠났다. 로키가 몸을 살짝 돌려 떠나는 근위병의 뒤를 지켜보았다가 다시 토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로키…?”

그 날 자신이 로키를 얼마나 놀라게 했길래 로키가 자신이 있는 방에 들어오려는 것도 꺼리는 걸까? 그 생각이 심장을 아프게 찔러 왔다. 토르는 다시 한번 속으로 이성을 이겨 버린 자신의 불같은 성미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로키를 눈물을 흘릴 정도로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던 그 폭발하는 천둥 소리가 아직도 귓속에서 메아리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로키가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들어왔다. 로키는 토르를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불신감이 가득한 그 표정에, 토르가 알고 있는 로키의 성격이 조금이나마 담겨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토르가 상냥하게 물었다.

“왕이시여…방금 전에…제게 말씀하신 건가요?”

토르는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토르는 최대한 성심 성의껏 대답해 주려 애썼다.

“그래. 물론이지…그 경비병은 자신의 일을 다했으니.”

로키가 자신이 아까 전의 근위병에게 말하는 것인 줄 잘못 알아들은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질문을 허락하신다면…아까 저를 뭐라고 부르신 거죠?”

토르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뭐라고?

“네 이름을…불렀지…”

토르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던 그는 말을 뚝 멈추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아무도 자신에게 로키의 이름을 말해 주지 않았다. 헬블린디도, 로키 자신도. 부주의한 실수였다. 하지만 나쁜 실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제 이름이 아닌걸요.”

로키가 불쑥 내뱉었다가, 황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토르의 몸이 뜨거워졌다 식었다를 반복했다. 토르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그 사실을 소화하려 애썼다.

“그게 네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 무슨 뜻이지?”

토르가 조용히 물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부주의하게 내뱉었다는 데에 대한 부끄러움이 조금씩 사라져, 공포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 이름은 무엇이냐?”

로키가 오랫동안 망설였다.

“시에비욘입니다.”

토르의 눈썹이 자기도 모르게 치켜 올라갔다. 로키는 또다시 튜닉 소매를 비틀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토르를 피하려 애썼다. 너무 익숙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확신어린 대답은 아닌 것 같은데.”

토르가 지적했다. 왜냐하면 정말로 로키는 확신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토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토르는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동생이 로키가 아닌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제 이름이 맞아요. 시에비욘. 정말이에요.”

로키가 우겼다. 토르는 살짝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네게 그런 이름을 붙여 주었지?”

토르가 대수롭지 않은 말투를 유지하려 애쓰며 끈질기게 질문했다.

“…제가 붙였어요.”

한참 후에 로키가 털어놓았다. 로키가 서투르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짧게나마 느꼈던 유쾌함은 사라졌다.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을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었다. 로키가 키가 크고 다 자라고 난 후에도 그의 버릇들과 습관은 그대로 남고는 했다. 토르가 그와 함께 지낸 수많은 어린 시절로부터 기억하는 것 그대로였다. 로키의 혀가 연마되고 이야기를 꾸며내는 데 노련해지기 이전의 그 모든 긴 세월은…

“나와 함께 앉지.”

토르가 한숨을 쉰 후 로키를 발코니 쪽으로 인도했다. 발코니에는 편안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중간에는 과일과 와인이 놓인 조그만 테이블이 있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토르가 자리에 앉고 난 후 로키도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았다. 토르는 로키가 발코니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지켜 보았다. 발코니는 그림 같이 아름다웠다. 직통으로 쬐어 오는 햇빛은 하얀 색의 가벼운 커튼으로 적당히 가려진 상태였다. 발코니 안은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화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로키가 지내는 방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토르는 와인 두 잔을 따른 후 하나를 로키 앞으로 밀어 주었다. 그리고 접시를 가져다가 로키가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과일들을 잔뜩 쌓아서 그것 역시 로키 앞으로 밀어 놓았다.

로키는 토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약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당연하게도 아무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로키가 마침내 와인 한 모금을 들이키고 블루베리 몇 개를 먹고 나서야 토르는 입을 열었다.

“네 이름 말이다.”

로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로키의 표정이 거의 찌푸려지듯 했고,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토르가 뭔가 더 물어볼 말을 생각하는 동안 로키가 먼저 선수를 쳐 입을 열었다. 로키의 눈이 토르의 시선을 응시했다.

“저를 길러 준 여자 거인은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도 이름을 주지 않았죠.”

토르는 침묵에 빠져든 채 그 말을 한참 동안 숙고했다. 아무 이름도 주어지지 않는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로키가 놀라 펄쩍 뛴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시에비욘이라. 동화들에 등장하는 이름이었다. 약간 투박한 이름이기도 했고, 그래서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로키의 생각에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로키는 그것이 자신과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토르는 스스로를 다잡도록 애썼고, 이번 생에서 자신을 위해 마련된 음울한 운명에 맞서 싸우려 애썼다.

“그리고 그 여자 거인은, 네게 잘 대해 주었느냐?”

로키의 입술 한 쪽이 애처로운 웃음을 그렸다.

“그 분은 저를 필요한 만큼 먹여 주셨어요. 그 분의 집이 곧 제 집이었죠.”

이상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토르가 로키가 할 대답을 매번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헬블린디의 사람들은?”

로키가 눈에 띌 정도로 몸을 떨었다. 로키가 손가락에 쥐고 있던 딸기가 다시 접시 위로 떨어졌다. 로키는 더이상 토르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아니오, 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죠.”

“그래, 그러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토르가 으르렁거렸다. 그 소리에 로키가 다시 한번 그를 슬쩍 쳐다보았다.

“포로 생활은 얼마나 한 것이냐?”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왕이시여. 몇 년 동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이라.

전쟁의 계획이 토르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토르는 요툰헤임을 땅 속까지 불태워버리고 로키에게 이런 짓을 한 사람 모두를 벌 주고 싶었다. 토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의 난간에 손을 기댔다. 신선한 공기와 산들바람이 자신의 마음을 좀 진정시켜 주기만을 바랐다.

피에 굶주린 마음 속 생각의 흐름이 로키가 조용히 꺼내는 말 때문에 잠깐 중단되었다.

“왕이시여, 그들이 절 그렇게…절 불러 주신 그 이름으로…부르라고 말해 주었나요?”

“아니다.”

토르가 단호하게 말하며 돌아섰다. 그것이 자신의 말실수를 덮기 위한 좋은 변명이 되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토르는 로키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토르는 사랑하는 그 얼굴을 가까이서 뜯어 보았다. 로키의 머리카락은 아직 아래턱 정도까지 내려오는 길이였고, 귀 정도 길이에서 구불거리며 내려와 턱선을 감쌌다. 토르는 로키가 원한다면 피할 수 있을 시간을 충분히 주려 아주 천천히 손을 뻗었다. 토르의 손이 로키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차가운 피부를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아니, 아무도 내게 네 이름을 말해 주지 않았다. 미안하구나…그냥…네가 로키라고 불릴 것 같이 보였거든.”

로키가 그를 빤히 내려다 보았다. 커다랗게 치켜 뜬 빨간색 눈이 예뻤다. 물론, 거기에는 불신이 담겨 있었다. 토르는 로키의 뺨을 마지막으로 한번 쓸어준 후 손을 뗐다. 그러고 나서도 토르는 로키의 결정을 기다리며 계속 앉아 있었다.

“로키…”

로키가 그 말을 입 안에서 맛보기라도 하듯 천천히 읊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어깨를 살짝 으쓱해 보였고, 그의 얼굴에는 미세한 웃음이 떠올랐다. 기쁨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운 감정의 표현 같이 보이기는 했지만.

“좋은 것 같아요.”

로키의 미소에 토르는 얼굴이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고맙구나.”

토르가 말했다. 토르는 마지막으로 로키의 무릎을 한 번 꼭 쥐어 준 후 발을 딛고 일어나 물러섰다. 다시 의자에 앉아 와인을 들이키는 토르의 가슴 속에서 참을 수 없는 기쁨이 넘실거렸다.

“로키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을 아시는 건가요, 폐하?”

로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알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로키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그 익숙한 머뭇거림이 담겨 있었다. 로키가 전장에서의 경험은 없을지는 몰라도, 그리고 아직 그의 혀가 충분히 단련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토르는 로키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이미 알고 있었다. 로키는 그를 재어 보고 있다. 토르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해 보려 하는 것이다. 그는 토르가 ‘로키’라고 부르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아주 불합리한 의혹은 아니라고, 토르는 스스로에게 일렀다. 로키의 눈에 자신은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보일 것이 틀림 없었다.

‘그래, 다른 로키들도 알지.’라는 대답으로 말을 시적으로 장식하거나, 추상적으로 나올 만한 시간은 없었다.

“아니.”

토르가 고개를 흔들었다.

“너 뿐이다.”


*    *    *


왕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했다.

그는 아스가르드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것이 두려웠다. 생각만 해도 무릎이 덜덜 떨리고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일인지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가 몇 번이고 되풀이해 당했던 일이기도 했고.

그들의 말에 따르면, 왕은 자신을 안을 것이다. 아니, 몸을 찢어 열어버리는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너무 느릿느릿하거나 순종적으로 굴지 않으면, 자신의 뺨을 갈겨 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자신이 배운 것을 모두 보여 주도록 시킬 것이고, 무릎을 꿇은 채 그의 물건을 숨막힐 정도로 삼키게 만들 것이다.

그 모든 일은 이미 자신에게 행해졌던 일이다. 사실은 그것 이상이었다. 네 몸을 준비시키는 일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왕이 자신에게 원하게 될 일들이라고 말했고, 앞으로의 자신의 삶은 이럴 것이라고 말했다. 왕의 무릎 위에 앉은 예쁜 (하지만 아주 특출나게 예쁘지는 않지. 네 스스로를 그렇게 고평가하지 말도록, 창녀같은 것.) 애완동물인 것이다.

몸에 멍이 드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아스가르드에 오기 전 2주 동안의 시간은 로키가 기억할 수 있는 최고로 고통 없이 오래 지냈던 시기였다. 왕에게 바치기 위한 단정한 모습을 하기 위해 몸이 치유될 시간이 주어졌던 것이다. 멍과 손자국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동안 그는 조금 용감한 마음을 먹어 보기도 했다. 그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렇게만 하면 아주 아프지는 않을지도 몰랐다. 왕이 그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 들지는 않겠지? 그의 몸뚱아리는 어차피 하나 뿐이니까. 그리고 그는 고통과 혐오감과 뱃속을 뒤틀어오는 공포 와중에도 무엇인가를 희미하게 익히기는 했다. 이렇게 움직이고, 이런 신음소리를 내는 것이, 남자의 쾌감을 더욱 부추겨 준다는 것을.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너무도 틀렸던 것이다.

그는 다양한 이론들 사이에서 망설였고, 침대 옆 바닥에 주저앉아 등을 기댄 채 그 하나하나를 침착하게 숙고했다. 왕은 그에게 키스했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그 때 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토할 것 같았다. 자신을 단단히 그 자리에 붙잡아 두려던 왕의 힘센 손아귀, 요구하는 듯한 거친 입술…). 왕은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안도되는 일이었다. 그는 만져지고 싶지 않았다. 침대 위나 땅바닥 위에 밀어붙여지고 싶지 않았다. 몸을 열도록 다리를 붙잡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아니라면, 그들은…아니, 왕은…자신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 아스가르드는 그 정도로 부유한 것일까? 자신이 이 곳, 이 아름다운 황금빛의 방에서, 먹을 것과 옷을 제공받으며 아무 것도 그에 대한 답례로 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잊혀지더라도 상관 없을 정도로?

그 중 어떤 것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왕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도저히 파악해 낼 수가 없는 관심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너무 쉽게 분노하고는 했다. 그는 하늘이 자기 머리 위에서 폭발하는 소리를 들었던 때, 자기 앞에 선 남자의 분노를 느꼈던 때를 기억하고 몸을 떨었다. 그는 그 때가 자신의 최후일 것이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왕은 또 괴상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을 하고는 했다. 자신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어떤 거대한 일의 일부가 된 것만 같은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그런 질문들이었다. 정치적인 술수인가? 토르 왕은 자신이 헬블린디 왕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기를 바라는 것일까?

그가 헬블린디 왕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그가 자신이 강간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세 번을 들렀다는 사실 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훈련’시킨다는 것이었다. 왕이 들를 때마다 그 일은 몇 시간 동안 이어졌고,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은 왕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해 서로와 엎치락뒤치락 하고는 했다.

그는 하루가 끝남에 따라 희미해져 가는 빛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곧 시종이 와서 음식이 넘쳐나는 식사 쟁반들을 대령할 것이다.

“로-키.”

그는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말해 보았다.

그 중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그는 그 이름이 좋았다.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두려웠다. 그의 부모가 그럴 기회가 있기만 했다면 자신에게 주었을 이름이 바로 그것이었을까? 왕이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혹은 단순히 왕이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모양 빚고 틀 속에 끼워 넣는 것을,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게 왕의 권리이기는 하지.”

로키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왕이 로키를 원한다면, 그는 로키가 될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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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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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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