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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로키/번역] Arenas Temporis (13/14)

토르로키 / Thorki

"Arenas Temporis(시간의 모래)"

by thorvaenn


원문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4275582/


  • 작가님의 허락을 얻어 번역합니다. (https://i.imgur.com/e3N884O.png)
  • 총 14편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 토르가 자신의 삶을 계속 반복하며 매 삶마다 로키와 함께 하고 사랑하는 루프를 겪습니다.
  • 워닝: 로키 과거 성적 학대 암시



*    *    *


13장. ‘드러난’



에이르는 당혹스러워 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다.” 에이르가 한참 후에야 말했다.

“그리고 훨씬 더 기운이…나아지신 것 같군요. 마지막으로 여기 오셨을 때보다 더 생기가 느껴집니다.”

끔찍한 소식은 아니라고, 토르는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잘못된 곳이 있는 것이 틀림 없지 않는가.”

“그렇겠지요. 의식은 깨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에이르가 말 끝을 흐렸다. 토르는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에이르가 말하기를 망설일 정도의 일이라면 좋은 일이 아님은 틀림없었다.

“그저 응답하지 않기로 선택한 상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토르는 로키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아스가르드에 안전하게 돌아온 후 부드러운 옷가지를 걸친 채 진찰대 위에 눕혀져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로키의 모습. 그냥 단순히 쉬고 있다거나 얕게 잠들어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의 정신은 어떤가?”

소울 포지의 불빛이 일렁거렸다. 로키의 머리 위에 놓인 불빛 가닥들이 크기를 더해 가며 색을 바꾸었다.

“음.”

“무엇인가?”

“글쎄요…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로키 님의 나이를 고려해 보았을 때….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이라는 것은 정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에는 크기란 것이 존재하지 않지요. 하지만 만일 크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면, 로키 님의 정신은 거대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군요.”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토르는 입가에 미소가 띠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로키가 총명하다는 뜻이로군.”

“경험이 많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르의 미소가 사라졌다. 경험이 많다라. 로키가 지금까지 겪은 것을 경험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고문에 지나지 않았다.

토르는 치료실에 있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마음 속으로 환영치 못할 생각들이 마구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토르가 물었다. 에이르가 소울 포지를 손짓으로 밀어내 버리며 한숨을 쉬었다.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겁니다.”


*    *    *


토르는 인내할 수 있었다. 토르는 로키가 편안하게 몸을 쉴 수 있도록 베개를 푹신하게 부풀려 주었고 그의 숨소리를 확인했다. 로키는 평화로워 보였다. 이번만큼은 에이르도 반대하지 않았고, 토르는 로키를 안아 들어 자신의 침소로 데리고 왔다.

자신 국민들과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있어야 마땅할 시간이었다. 전장에서 쓰러진 자들을 기리기 위한 연회가 왕국 곳곳에서 열렸다. 토르 또한 그 곳에 참석해야 마땅했겠지만, 토르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토르는 여기 있어야만 했다. 로키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로키를 가만히 쳐다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던 토르는 몇 가지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로키는 정말로 의식 없는 상태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몸이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숨소리도 바뀌었다.

언제고 그 눈이 떨려 열릴 것만 같았다.

“나는…”

토르가 입을 열었다. 깨어 있다면 들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널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는 복수를 원했고 그 바람에 널 위험에 던져 놓고 말았구나.”

대답은 없었다.

“헬블린디는 죽었다. 그의 군대도 패배했지. 시프와 펜드랄이 그 곳에 남아서 새로운 통치자가 자리잡을 때까지 감시를 하기로 했단다. 요툰헤임의 새로운 통치 권력은 아스가르드에 종속된 그것이 될 것이다.”

그것이 로키가 듣기 원하는 말일지는 알 수 없었다. 로키와 그의 고국의 관계는 복잡했다. 토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고국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존재인 데다 동포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행위를 겪었던 로키가, 자신의 고향을 사랑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티르가 네가 한 밤중에 갑자기 일어나더니 떠나야만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구나.”

토르는 로키의 손을 붙잡았다. 로키의 손가락 무게 때문일지도 몰랐지만, 로키가 자신의 손길에 저항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동굴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로키가 그의 손을 꽉 붙잡아 왔다. 토르는 숨을 헉 들이마시며 움직이지 않으려 애썼다. 방금 것은 자신의 상상 속 일이 아니었다.

“로키?”

다시 한 번 로키가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로키는 옆으로 몸을 돌려 눕더니, 손을 뻗어 베개를 붙잡은 후 그것을 머리 위에 덮었다.

토르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가 닫혔다. 로키의 그 모습은, 잠에 덜 깼거나 술에 잔뜩 취한 상태로 아직 일어나기 싫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곤 하던 로키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상황에 따라서 토르는 그런 로키와 잠을 조금 더 청하기도 했었고, 혹은 커튼을 활짝 열어 제치거나 소리 높여 노래를 불러 주거나 차가운 물 세례를 끼얹으며 로키를 귀찮게 할 때도 있었다.

토르는 이번만큼은 전자의 선택지를 따르기로 했다.

전쟁을 준비하던 것과 전쟁 그 자체가 (그리고 그에 더해 로키 때문에 느꼈던 두려움이) 얼마나 자신을 지치게 했는지 토르는 그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짧은 낮잠 대신 그는 며칠 동안 잠을 청했고 음식을 먹기 위해 가끔씩만 깨어나고는 했다.

토르는 치료사들을 불러 자고 있는 로키의 몸에 영양을 공급해 주도록 시켰다. 하지만 토르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음식을 먹기 위해 일어났다가 욕실에 다녀 올 때나, 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보면, 음식을 두었던 접시가 비어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토르가 없을 때면 로키는 더 뻔뻔스레 방 안을 돌아다니고는 했다. 로키는 몸을 씻고 음식을 먹곤 했으며 그러고 나서는 바로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토르는 로키가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건네는 말에 대답이 돌아온 적도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로키는 토르의 손을 꼭 쥐어 보이고는 했으며, 밤에는 토르 쪽으로 가까이 밀착해 오기도 했고 토르의 가슴 위로 팔을 올려 놓기도 했다.

토르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로키가 겪었던 고통이 마침내 그의 발목을 잡아 버린 것이라면, 왜 로키는 자신에게 먼저 접촉을 허락하고 있는 걸까? 왜 로키는 토르의 침소와 토르의 침대에 느긋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일까?

로키가 토르에게 화가 난 것이라면, 왜 자신의 손을 붙잡으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어느 날 토르는 자신의 침소로 돌아왔다가, 로키가 침대 위에 앉은 채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장이 멎을 뻔 했다.

로키의 표정은 신중하면서도 차분해 보였다.

“괜찮느냐?”

마침내 토르는 겨우 입을 열었다.

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필요했어.”

로키의 목소리는 살짝 쉬어 있었다. 로키가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두 달 동안 입을 열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내가 가까이 가도…”

토르가 두 사람 사이를 모호하게 가리켜 보이며 물었다.

“나는 네가 무섭지 않아, 토르. 가까이 와도 돼.”

로키가 웃음을 띤 채 대답했다.

“달라 보이는구나.”

토르가 지적했다.

“그렇지.”

토르의 마음 속에서 몇 번이고 경고음이 울렸다. 로키가 무슨 혼에 씌인 것일까? 로키의 모습을 한 사기꾼인가? 하지만 로키가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무엇인가 너무나 익숙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무언가를 찾아냈어.”

자기 태생의 진실일까? 토르에게는 로키에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줄 틈이 없었다.

“자세한 설명을 놓친다고 해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그 엄청난 양의 지식을 흡수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거든. 세상으로부터 문을 닫아건 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

그 말이 충분히 스며들기 시작하자, 얼음장 같은 물에 뛰어드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 덮쳐 왔다.

“뭘 정리한다는 거지?”

토르가 속삭이듯 말했다.

“내 기억을 정리하는 것.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을.”

이제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로키가 자신을 응시해 오는 그 차분하고 계산적인 표정은, 이번 삶에서는 보지 못했으나 다른 여러 번의 생으로부터 이미 경험해 알고 있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목소리 어조와 발음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 2년 동안 자신이 알고 지내던 로키와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으나, 그럼에도 완전히 다르지는 않았다.

토르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로키가…알고 있다. 로키가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깨달음에 밀려오는 감정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 모든 것을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했던 이유. 자신이 미쳐버리지 않게 만들어 주었던 단 하나의 이유. 그가 이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침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부드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로키가 토르의 얼굴을 감싼 후 그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기억들을 다 돌려 받고도, 이 두꺼운 머리뼈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군.”

로키가 웃으며 속삭였다.

“사랑한다.”

토르가 거친 목소리로 뱉어냈다. 눈가에서 눈물이 넘쳐 흘러내리는 것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알아, 알아. 나도 사랑해.”

로키의 입에서 그 말은 너무나도 쉽게 튀어 나왔다. 로키는 엄지손가락으로 토르의 눈물을 닦아내 주었다. 토르의 그런 모습에 너무나 즐거워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로키가 갑자기 토르의 어깨를 아플 정도로 세게 찰싹 때렸다.

“날 몇 번이나 죽였지!”

토르는 눈물 사이로 웃음을 터뜨렸다.

“너도 날 죽인 일이 있지 않느냐.”

로키가 눈알을 굴렸다. 다시 진지한 표정을 띤 채 로키는 토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마주했다.

“어떻게 하는 거야? 어떻게…스스로를 분리할 수 있는 거야? 지금 내 머리속에는 너무 많은 것이 들어 있어. 내 일부는 아직 너무나 어리고 두려워하고 있고 혐오감에 차 있지만, 내 다른 일부는 너무나 많은 지식과 지혜를 지니고 있고 나는…너무나 침착해.”

“매 번의 삶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기억을 아주 천천히 되찾곤 했다. 내 가장 오래된 기억들은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나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려 노력하지. 그 현재가 어떠하든 말이다. 물론 그 기억이 한꺼번에 모조리 돌아오는 느낌은 어떤 것일지 도무지 모르겠구나. 네가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어.”

생각에 잠긴 얼굴로 로키가 몸을 가까이 기대 왔다. 로키의 손이 토르의 팔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처음에는 감당할 수가 없었어. 아팠어. 빛의 속도로 공간을 관통해 회전하는 기분이었지. 그리고 나는 두려웠어.”

“그 일이 일어났을 때로부터 두 달이 흘렀다.”

토르가 알려 주었다.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야 겨우 내 자신을 생각으로부터 잡아 채 낼 수 있었지. 그리고 나는 지금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어. 눈도 뜰 수 있었고. 하지만 형한테 이야기를 건넬 수는 없었어. 너무나 고된 일일 것이 틀림 없었거든.”

“괜찮다. 난 널 더 오랜 시간도 기다려 왔으니.”

그 말에 로키는 거의 쑥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그래. 이번 생의 끔찍하기 짝이 없는 전개 말이지.”

로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토르는 그를 기다려 주었다. 아직도 심장 박동이 제 속도를 찾지 못했다. 지금 이 일이 현실이라는 것조차 믿기가 힘들었다.

“이제 내가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번 생의 일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하면 믿어 주겠어?”

“믿어 주고 말고.” 토르가 속삭였다.

“나는 너무나 약했어. 내겐 이름조차 없었지.”

“너는 약하지 않았다.”

“아니, 나는 약했어. 하지만 이제는 나는 그보다 강해. 내 모든 경험과, 내 능력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지금, 그 일에 대한 두려움은 희미해져 사라져 가고 있어.”

“그럴 필요는— 나는 우리 관계가 이전과 달라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로키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 토르. 우리 관계는 달라질 거야. 약속할게. 난 달라졌으면 좋겠거든.”

로키가 또렷한 시선으로 토르를 바라보며, 그의 턱을 손으로 감싼 후 용감하게 토르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토르는 그 키스에 기꺼이 응답했고, 이천 년의 세월 이래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혈관 안에서 피가 박동하며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그 느낌으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입술 사이로 밀고 들어오는 능숙한 혀, 머리를 잡아당기는 손가락,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향기, 그 향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죽은 것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마침내 떨어졌을 때 토르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로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얼마나 이걸 그리워했는지조차 다 잊어버리고 지냈다는 게 다행이네.”

로키가 웃었다.

이 변화는 여전히 토르에게는 충격적이었다. 로키는 여전히 그 로키와 똑같아 보였다. 그 동안의 훈련과 좋은 음식에도 불구하고 로키는 여전히 약간 마른 몸에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과거 삶들로부터 얻은 그 모든 지식들이 무색할 정도로, 토르는 로키 또한 자신과 같다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너무나 황홀하면서 동시에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다. 지금까지만 해도 토르는 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는 했다.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토르는 얼어붙었다. 이 일이 다시 일어날까?

이 일이 애초에 어떻게 일어나게 된 것일까?

“그 동굴에서 뭘 하고 있었던 것이냐?”

로키가 튜닉을 가다듬으며 뒤로 물러났다. 입을 열기 전 로키는 잠깐 침묵했다. 토르는 그 버릇을 알고 있었다. 로키가 아주 조심스레 고른 단어로 대답을 내놓으리라는 징후였다.

“그 곳은 동굴이 아니야, 토르. 의식의 방이지. 요툰인들에게는 신성한 장소야. 적어도 그 자들이 그 성을 뒤집어 놓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지. 하지만…우리가 요툰헤임에 도착한 후에 나는 날 끌어당기는 힘을 느꼈어. 그 힘은 내가 저항해 싸울 수 없는 강박 관념으로 커져 갔지. 티르에게 사과의 말을 전해야 할 것 같군.”

토르는 조바심을 내며 계속하라고 손짓으로 재촉했다.

“날 끌어당겼던 것은 어떤 유물에 종속된 마법이었어. 나는 그 유물을 사용해서 내 모든 기억을 되찾았어.”

토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간단명료한 요약이로구나. 도대체 그 물건이 무엇이었고, 네가 뭘 했는지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거라.”

로키는 몸을 뗀 후 일어서서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가 난간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나는 형이 왜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냈어. 그리고 그 과정을 나 스스로에게도 실행했지. 하지만 일이 약간 잘못 틀어지고 말았어. 그게 우리가 이천 년의 시간을 잃었던 이유이고, 내가 서리 거인 무리에게 강간당했던 이유일 거야. 하지만 그것 말고는….”

토르는 몸을 움찔했다. 그 말이 이제는 로키의 입에서 너무나 냉정하게 튀어 나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때 일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로키 자신이 그렇게 말한 것처럼.

“그래서, 내가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이유가 뭐지?”

“형은 지금까지 인피니티 스톤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지.”

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타노스는 언제나 토르가 습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존재였다. 그 강력한 물건을 탐내고 있는 것으로 소문난 몇 다른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옛날에는 더 많은 종류의 인피니티 스톤이 있었어. 이 우주가 우리가 알기 전, 완전히 형성되기 이전일 시절에 말이야. 어떤 돌들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지만 그 조각 일부는 여전히 찾을 수 있는 곳에 존재하고 있어. 부서지지 않은 돌들만큼 엄청나게 강력한 물건은 아니지만 말이야.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 대부분이 아직도 잊혀진 채로만 남아 있지. 형 안에 그 돌의 일부가 있어.”

토르는 할 말을 잊었다. 인피니티 보석의 조각?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 보석들은 시간을 넘어 존재하지 않느냐.”

토르가 추측했다. 그가 다시 태어날 때마다 늘 그 보석 조각을 몸에 지니고 태어난 것도 그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우리가 현실이라고 간주하는 그 모든 것을 넘어 존재해. 나는 형이 갖고 있는 것과 맞아 떨어지는 조각을 찾았고 그것을 내 몸 속에 받아들일 준비를 했지만, 그 조각은 매우 변덕스러웠어. 그래서 나는 그 보석을 내 다음 삶에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전한 은신처를 만들어 냈지. 하지만 그 과정이 나를 약하게 만들었어. 그 덕에 나는 성에서 태어나 자라는 대신, 헬블린디에 의해 늑대들에게 던져져 버리고 말았고, 그 마법을 작동시킬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지. 형이 날 요툰헤임으로 데려 가기 전까지는 말이야.”

“하지만 너는 나보다 훨씬 어리지 않느냐. 너는 너무 늦게 이 세상에 도착했어.”

로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래서도 안 되고. 가능하다면 우리 둘이 같은 일시에 죽는 쪽을 권고하고 싶군.”

토르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너는 이백 살이지 않느냐. 나는 이천 살이란 말이다.”

로키는 잔에 와인을 따른 후 의자에 앉았다.

“아니, 난 이백 살이 아니야. 형이 이천 살이 아닌 것처럼.”

토르가 반박해 볼 수 있기도 전 로키가 말을 이었다.

“난 어차피 형이 없는 이 곳에서 살고 싶지도 않아.”

바닥에서 일어날까 말까 하며 몇 분 동안 고민하던 토르는 다시 바닥에 무겁게 내려 앉았다.

토르의 삶에서 로키를 사랑하는 것은 늘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 연결된 가닥이 지금까지 토르의 모든 행동을 구속시켜 왔다. 그리고 로키 또한 그 대부분의 시간 동안 토르에게 그 사랑을 돌려 주었다. 둘이 함께 자라나던 시기에 둘의 형제애는 상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으로 강력했으며, 둘의 관계에 열정이 도래할 때면 로키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토르를 사랑했다. 두 사람 관계에 엄청난 암흑기가 존재했든지 말았든지 상관 없었다.

하지만 로키가 그것을 너무나 솔직하게 인정하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불확실과는 거리가 먼 단어로 자신의 사랑을 인정하는 말을 하는 것뿐 아니라, 그런 선언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의 행동까지. 로키는 토르와 함께 영겁의 시간을 살겠다는 결정을 스스로 내린 것이다.

“네가 이제 얼마나 큰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인지는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되겠지.”

토르가 가벼운 목소리를 내려 애썼다.

“형에게 발휘할 수 있는 능력 말이야?”

로키가 놀리듯 말했지만 토르는 이 일로 농담을 건넬 마음이 없었다. 마침내 토르는 몸을 일으켜 로키의 옆에 가 섰다.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 능력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거라 약속할 수는 없어.”

로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나는 지루해 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동안 형이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 우리는 언제나 함께 했지. 언제나. 형은 다른 그 어떤 일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고, 그 어떤 존재가 될 수도 있었어. 하지만 형은 항상 내게로 왔지.”

토르는 자신의 영혼을 완전히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로키에게 자신이 반복하고 있는 이 생의 광기에 대해 밝히기로 결심했을 때에도, 토르는 로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로키가 그 모든 생을 관통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너 없이는 할 수 없었을 거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 네가 그 모든 일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로키가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우리 둘 다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에도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랄게.”


*    *    *



* 제가 이해한 대로의 부연 설명을 살짝 덧붙여 봅니다. 토르는 이전 삶들에서 몇 번 정도 로키에게 자신의 진실(자신이 생을 몇 번이고 거듭하며 살면서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고, 이번 바로 이전 삶에서 로키는 그 사실을 탐색한 후 토르가 왜 삶을 반복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토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인피니티 스톤 조각을 찾아내 자신의 영혼 또한 거기에 종속시키려 하죠. 하지만 로키가 자신의 다음 삶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몸에 받아들이기 위해 요툰헤임의 성소에 은신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로키의 힘이 약해지고 일이 살짝 틀어지면서, 로키는 다음 생에서 토르보다 훨씬 늦게 태어나게 되고 지금은 폐허가 되어 버린 옛 요툰헤임 성소의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이번 생에서 이백 살의 몸으로 마구 굴려지게 되어 버린 로키…하지만 다행히 토르의 복수 계획이 로키를 요툰헤임으로 다시 데리고 갔죠! 로키가 요툰헤임에 갔을 때 마법의 힘이 로키를 그 성소 쪽으로 끌어당겼고 로키 몸에 성공적으로 그 보석 조각의 힘을 종속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쨔잔 해피해피 토르로키ㅠㅠ)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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