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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로키/번역] Rulers Make Bad Lovers (5/7)

토르로키 / Thorki

"Rulers Make Bad Lovers(통치자는 좋은 연인이 못 된다)"

by fairychangeling


원문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14347620/chapters/33114672


  • 작가님의 허락을 얻어 번역합니다. (https://i.imgur.com/C1qQapE.png)
  • 연하토르x연상로키의 북유럽신화 베이스 AU입니다. 작품의 기본적인 설정은 북유럽신화의 설정을 따릅니다. 토르와 로키는 형제로 자라난 사이가 아니며, 로키는 오딘과 피의 서약으로 이어져 있는 관계이고, 토르는 오딘과 프리가가 아니라 오딘과 요르드 사이에서 난 자식입니다. 
  • 엠프렉 요소가 있습니다.



*    *    *



5장.

‘은수저를 집어들어 네 무덤을 파라’


로키는 꽤 자주 왕을 사적으로 알현하고는 했다. 오딘의 변덕에 따라 불려 오가는 일은 이제 익숙했다. 로키는 불가 옆에 선 채 열기를 만끽하며, 왕이 옆에서 법석을 떨고 있는 수행원들을 투덜거리며 물리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들이 있는 대기실은 조그마했다. 왕이 사람들의 캐내는 시선을 피해 조신들을 만나는 공간이었다. 토르가 시험에서 통과한 후 오딘이 로키를 이 곳으로 불러냈고, 로키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오딘이 결과를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딘은 자신의 경고를 귀기울여 듣지 않았고, 이제 로키는 그를 마음껏 비웃어 줄 생각이었다.

이제 토르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오딘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딘은 하인 마지막 한 명 까지 물려 친 후, 눈 앞에서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그는 로키를 향해 몸을 돌렸다. 왕은 더이상 허약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분노가 그에게 힘을 주었고, 그는 등을 꼿꼿하게 세운 채 서 있었다. 멀쩡한 한 쪽 눈이 격노의 빛을 발했다. 왕은 방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어와 로키의 앞에 섰고, 그를 맹렬히 노려보았다.

“어떻게 한 것이지? 묠니르에 무슨 마술을 걸어 놓은 것이냐?”

로키가 웃음을 터뜨렸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오딘은 사기를 쳤답시고 자신을 추궁할 만큼 판단력이 흐려져 있었다.

“제가 묠니르에 무슨 짓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은 잘 아실 텐데요. 묠니르를 만든 것은 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 마법이 깃든 무기가 아니지요.”

“그렇다면 발두르에게 마법을 건 게로구나.”

오딘이 말했다.

“진실이 눈 앞에 있는데도 믿지를 못하시는군요. 그 다음으로는 제가 토르에게 마법을 걸었다고 추궁하실 건가요?”

로키가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승리할 만한 남자에게 내기를 걸었다는 사실을 이제 받아 들이시지요.”

“교활한 창녀 같으니.”

오딘이 으르렁거렸다.

“제가 이겼습니다.”

로키가 평화롭게 앞으로 두 손을 뻗어 보이며 말했다.

“제가 이겼고, 이제 여기 있는 모든 것은 토르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 토르는 왕좌를 차지할 것이고, 당신의 영지를, 당신의 왕관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토르는 저를 가지게 되겠지요.”

오딘이 그를 날카롭게 재어 보았다.

“아, 저도 참.”

로키가 스스로의 말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로키는 목에서부터 머리카락을 쓸어낸 후, 토르가 자신에게 남겨 놓았던 자국을 당당하게 드러내 보였다.

“잘못 말씀 드렸네요. 토르가 이미 저를 가졌다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창녀 같은 것.”

오딘이 다시 한 번 내뱉었다. 오딘의 시선이 로키의 창백한 목덜미 위에 새겨진 자국을 응시했다.

“네가 내게는 주지 않으려던 것을 그 애에게는 주었다는 말이냐? 그의 아이를 배고 있나?”

로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로키는 배 위에 두 손을 올려 놓았다. 몇 달 동안 아이를 밴 흔적이 나타나지는 않을 터였지만, 상관 없었다. 자신이 토르로부터 무엇을 가져왔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고, 자신의 몸 속에서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로키는 토르에게 후예를 선사할 것이다. 아스가르드의 왕위를 자신의 생득권으로서 가진, 두 사람의 능력을 한데 결합시킨 아이를.

로키는 자신이 오딘에게 절대 주지 않았던 모든 것을 토르에게 줄 것이다.

오딘이 으르렁대는 소리를 냈다. 그가 로키의 팔목을 움켜쥐어 아플 정도로 꽉 죄었다. 그 자신 또한 로키의 몸 위에 자신의 자국을 남기고 싶어하는 듯했다.

“그 애의 심장을 먹었나, 마녀?”

오딘이 무시무시한 어조로 물었다.

“그랬지요. 아직 싱싱하고 부드러울 때 삼켜 버렸지요. 그리고 이제 토르는 저를 사랑하고 저도 그를 사랑합니다.”

채 기쁨을 숨기지 못한 목소리로 로키가 대답했다.

로키는 오딘의 손아귀를 떨쳐낸 후 왕의 곁을 성큼성큼 지나쳐 걸어갔다. 토르의 곁에서 떨어져 있은 지도 이제 너무 오래 지났다.

“나는 여전히 왕이다. 너는 여전히 내게 속박되어 있어.”

오딘이 뒤에서 말했다.

로키는 문 앞에서 멈춰선 채, 몸을 돌려 왕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오딘의 몸집은 작아 보였다. 뒤틀리고 구부려진 몸 위로, 세월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운명이 그의 육체 위로 살금살금 기어오르고 있었다. 오딘은 머지않아 죽음 그 자체를 조우할 것이다. 다른 필멸자들에게 모두 그렇게 하듯이 죽음의 여신이 찾아올 것이다. 벌써부터 그녀의 존재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폐하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로키는 자신의 말을 마음껏 만끽했다.

“느낄 수 있습니다. 며칠, 아니면 몇 시간 정도는 더 살 수 있으실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폐하의 시간은 이제 끝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토르의 소유입니다.”

로키는 방에서 빠져 나왔다. 왕의 사저 안에서 분노 어린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들으며, 로키는 조용히 웃었다.

로키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 로키가 갈망했던 모든 것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왕은 죽을 것이다.

그리고 토르가 왕으로 군림할 것이고 그의 발 아래 새로운 시대가 꽃필 것이다. 그 시대는 기나길고 영예로울 것이며 로키는 토르의 곁에서 그 모든 것을 함께 목격할 것이다.


*


토르는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토르는 입맞춤을 선사 받았고 축하를 받았다. 어머니와 여왕이 토르를 품에 껴안아 주었고, 토르는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시선을 듬뿍 받았다. 토르는 로키를 보고 싶었지만, 후대의 왕을 알현하기 위해 대회당에 길게 줄을 늘어선 귀족들 사이에서 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 전만 해도 토르는 이 사람들에게 있어 그 아무 존재도 아니었다. 토르의 존재는 아예 알려져 있지 않거나, 오딘의 사생아로만 알려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모든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의 손을 붙잡았고 무릎을 꿇었으며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압도당하는 듯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칭찬과 관심이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토르는 자랑스럽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곳에 없는 단 한 명의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다. 잔뜩 분개한 왕이 다시 한 번 왕비에게 중재의 역할을 맡겨 둔 채 욕설을 내뱉으며 천막을 뛰쳐 나간 이후로, 토르는 왕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시험이 있은 후 사람들에게 대회당으로 돌아가라고 이르고, 시종들을 불러 에일과 꿀술을 가져오라고 시키고, 토르가 해낸 일과 그가 왕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왕국에 널리 알린 것도 역시 프리가였다.

토르는 이미 에일 한 통을 비운 후였다. 몸에 기분 좋게 열이 올라 있었고, 이복 형제인 발두르가 그를 향해 다가왔을 때에도 그 유쾌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만나서 반갑군요, 토르 왕자.”

발두르 왕자가 토르의 손을 단단히 붙잡으며 말했다.

“제 충성을 맹세합니다. 때가 되면, 당신과 이 왕국을 기꺼이 모시도록 하지요.”

“저도 만나서 반갑군요, 형제여.”

토르가 대답했다.

자신의 이복 형제들이 왕위를 두고 더 이상 싸움을 걸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토르는 이미 전해 들었다. 프리가 여왕이 그를 품에 껴안아 오며, 귀에다 대고 속삭여 주었던 것이다.

그 전부터 이미 토르는 형제들이 그러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토르에게는 묠니르가 있었다. 토르는 자신의 권능으로 자신에게 도전하려 드는 그 어떤 이든 박살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왕국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시지요. 변화 같은 것이 있을까요?”

발두르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토르는 그의 시선이 불안하게 흐트러지며, 귀족 무리들 중에서 레이디 난나를 찾아 헤매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의 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토르가 그의 약혼을 깨 버리고, 자신이 대신 레이디 난나와 혼인해 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애초에 그 혼인은 오딘이 왕의 후예가 될 아들과 레이디 난나 사이에 주선한 혼인이었다. 발두르는 자신에게 지금까지 약속되어 왔던 것들 뿐 아니라, 자신의 약혼자까지 토르가 모두 빼앗아가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변화가 조금은 있겠지요.”

토르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형님께서 걱정하시는 그런 종류의 변화는 아닐 겁니다.”

“정말 사려 깊으시군요.”

대회당의 문이 열렸다. 두 남자 모두 대화를 잠깐 멈추고 몸을 돌려, 늦게 도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눈여겨 보았다. 전령이 소개의 말을 전하지 않았으나, 대회당에 들어온 사람은 소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회당에 들어온 것은 로키였다. 로키는 토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로키의 얼굴에는 승리의 웃음이 떠올라 있었고, 화로의 불빛을 받은 그의 두 눈이 반짝이며 빛났다.

토르는 그에게로 곧장 달려가 키스하고 싶었다.

“묠니르를 드는 느낌은 어땠나요?” 발두르가 물었다.

토르는 겨우 로키로부터 시선을 뗀 후 다시 자신의 이복 형을 돌아 보았다. 나중에 충분히 로키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을 것이다. 로키는 오늘 밤 자신의 침대로 들어올 것이고,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 밤에도 그럴 것이다. 그 때면 원하는 만큼 로키에게 입맞춤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토르도 왕의 후예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다해야만 했다.

“강력했지요.”

토르가 고백하듯 말했다.

“망치 자체는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 수는 없겠지요. 그 망치를 들었을 때 느껴졌던 힘 자체는 거대했으니까요.”

발두르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망치의 노래를 들어 보았나요?”

토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발두르도 그 무기 안에 깃든 마법의 부름을 들었는지가 궁금했다.

형의 얼굴에 떠오른 혼란스러운 표정이, 그의 궁금증을 부인해 주었다.

“묠니르가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고요?”

발두르가 물었다. 그의 보기 좋은 눈썹이 우려로 찌푸려졌다.

“아, 그냥 마법이었나 보군요.”

토르가 스스로의 말을 묵살했다.

“제가 망치를 들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노래가 들렸나 봅니다.”

“그렇겠지요.” 발두르가 동의했다.

토르는 그 생각을 너무 곱씹지 않았다. 어차피 발두르에게 그 노래 소리를 설명해 줄 방법을 찾을 수도 없었다. 망치가 피와 전쟁을 노래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면 발두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알 수 없었다.

“혼인 날짜는 언제인가요?”

토르가 발두르에게 물었다.

“축하 연회를 열어 드려야겠군요. 형님은 여전히 이 왕국의 왕자이시고, 왕국은 형님과 레이디 난나 두 분의 결합을 축하해 줄 것입니다.”

발두르가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발두르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 토르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발두르와 레이디 난나는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고, 그들의 자식은 한 남자의 알랑한 자존심으로부터가 아니라, 두 사람의 상호적인 헌신 아래 태어날 것이다. 두 사람의 아이는 토르가, 혹은 발두르가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가장 강력한 자식을 가려내기 위한 목적으로 난 존재가 아닐 것이다.

“아직 날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발두르가 대답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레이디 난나를 찾았다. 발두르는 그녀에게 웃어 보였고, 그녀도 발두르 쪽으로 웃음을 지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혼인하고 싶습니다.”

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르의 시선은 로키를 찾았다. 로키는 대회당의 구석 쪽에 덩그라니 서 있었다. 발두르가 그의 시선을 쫓았다. 발두르가 놀랐다 할지라도, 그 감정은 얼굴에 드러나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로키에 대한 계획은 가지고 계신가요?”

발두르가 물었다.

“아버지께는 아주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는데 말이지요. 물론 아버지가 로키를 그런 식으로 시험하시지만 않았어도, 로키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만은 않았겠지만요.”

토르는 얼굴을 찡그렸다. 토르도 로키가 왕궁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는 목격한 바 있었다. 악의 어린 말을 내뱉는 것, 추파를 던져 대는 것, 항상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싶어하는 것. 그 관심이 잔혹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토르는 자신의 왕궁에서 그런 일을 허하지 않을 것이다. 토르는 로키를 자신의 왕좌 옆에 앉힐 것이고, 로키가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로키를 잘 대해 주지 않았지요. 혹시 로키가 갇혀 있었던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발두르가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에 로키를 본 적이 있지요. 그에게 행해진 일들은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었습니다.”

발두르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로키를 찾으러 수색대를 보내지는 않았나요? 로키가 없어진 지 칠 년이나 되지 않았습니까. 난쟁이들이 협상을 해 오지는 않던가요?”

토르가 물었다.

칠 년 동안 토르는 로키의 소식조차 듣지 못했고,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르고 지냈다. 토르는 처음에는 로키가 미웠고, 그의 이름을 저주했다. 토르는 로키가 자신을 떠난 것에 화가 났고, 자신이 떠난다는 사실을 미리 일러 주지도 못한 겁쟁이라고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자 토르는 그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고 아무리 사냥을 다녀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마음 속 고통 어린 열망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토르는 체념했다. 다시는 로키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깃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딘은 로키가 어디로 간 것인지 알고 있었다. 온 왕궁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로키를 구조하기 위한 노력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로키를 살리기 위한 중재의 노력 하나 없이, 그가 칠 년의 시간 동안 난쟁이들의 감옥에서 천천히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두었을 리가 없었다.

발두르의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발두르는 토르의 시선을 피하며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난쟁이들이 인질 협상을 해 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요구한 것은 왕이 들어 줄 수가 없는 것이었지요. 아버지는 로키가 언젠가는 알아서 다시 돌아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토르는 하얗게 불타오르는 분노가 몸 속을 흘러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토르는 묠니르를 불러, 그 망치가 자신의 손으로 날아오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토르는 그 무기를 사용해야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토르는 피를 보게 될 것이다.

성 밖에서 번개가 하늘을 갈랐고, 구름이 하늘을 열었다. 무거운 비가 가차 없는 분노를 담아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발두르가 가까이 있는 창문을 내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깨끗했던 하늘로부터 비가 내려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그의 얼굴에 경탄이 떠올랐다.

“당신이 한 건가요?”

발두르가 감탄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토르는 그 질문을 무시했다.

“변화가 있기는 할 겁니다.”

토르가 무거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난쟁이들과 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발두르가 입을 떡 벌리고 그를 응시했다.

“로키 때문에요?”

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전쟁을 갈망한 적이 없었다. 한 번도 유혈과 파괴를 원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묠니르를 손에 들면 그는 무적의 존재가 될 것이고, 난쟁이들은 토르의 것을 해하면 안 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배울 것이다.

“왕이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요? 자신의 왕비가 포로로 사로잡힌 채 끔찍하게 다친다면, 왕은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형님도 레이디 난나를 위해 똑같이 하시지 않을 건가요?”

이제 발두르의 얼굴에는 명백하게 놀라움이 떠올라 있었다. 발두르가 그 전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든 간에, 토르와 로키의 관계가 어떤 것이라고 예상했든 간에,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그 말은 로키를 왕비로….”

발두르가 말끝을 흐렸다. 말을 차마 끝낼 수 없다는 듯, 발두르가 고개를 휘저었다.

“안 됩니다. 그러실 수 없어요.”

“저는 왕이 될 겁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일은 뭐든 할 수 있고, 로키와 혼인하는 것이 제가 원하는 일입니다.”

토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자,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씩 고개를 돌려 그들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오는 것을 발견한 발두르가 토르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토르는 그를 따라 창문 쪽 가까이로 가서 섰다. 천둥과 쏟아 내리는 비가 두 사람의 말소리를 가려 주었다.

“아버지가 알고 계시나요?”

발두르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엿듣는 귀를 피하기 위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토르,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 보아야 할 것 같군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실 거에요. 로키가 무슨 존재인지, 로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 주실 겁니다. 물론 로키도 당신께 다 말해 주었겠지만, 이야기의 진실을 들어야 할 겁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나면 왜 그것이 불가능한 일인지 알게 될 겁니다.”

토르는 형의 말을 굳이 정정해 주지는 않았다. 로키가 자신의 예속 상태나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두르가 굳이 알 필요는 없었다. 로키는 자존심 높은 사람이었다. 오딘에게 먼저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그 다음으로 로키로부터 진실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왕이 자신의 버전으로 들려 준 이야기를 반박하기 위해서라면 로키는 모든 것을 기꺼이 다 털어 놓을 것이다.

“왕을 알현하도록 하겠습니다.”

토르가 발두르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너무 흥분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발두르가 다시 한 번 그의 손을 맞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좋습니다. 알현을 마련해 드리도록 하지요. 알려 드리겠습니다.” 발두르가 말했다.

발두르는 토르의 손을 놓아준 후 무리 속으로 사라졌다. 토르는 홀로 선 채 창문 바깥으로 비가 내리는 것을 응시했다. 고맙게도, 그 아무도 당장은 토르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토르는 지금 당장은 충성 맹세와 서약과 자신이 어떤 왕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고 싶지 않았다. 토르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로키에 관한 모든 것과, 로키가 이 왕권과 공유하는 묘한 결속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 뿐만 아니라, 토르는 왕의 행동을 질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토르는 아버지가 자신의 충실한 하인에게 행해 온 일에 대해 사과의 말을 표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토르는 그 사과의 말을, 마치 보석을 가져다 주듯 로키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발두르가 아까 사라졌을 때 만큼이나 빠르게 토르의 옆에 다시 나타났다. 발두르가 예의 바르게 토르의 팔에 손을 얹으며 문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아버지께서 사저에서 만나시겠다고 합니다.” 발두르가 말했다.

발두르는 그를 대회당으로부터 데리고 나왔고 복도를 따라 왕의 사저에 이르렀다. 왕의 방은 따스했고 조명이 밝았다. 왕은 불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피곤해 보였고 몸이 움츠러들어 있었다. 토르는 가슴 속으로 그 늙은이에 대한 연민감이 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왕은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바랐으나 실망만을 얻었고, 토르는 그의 실망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역시 왕이 되는 것에 그다지 들떠 있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 사과의 말들을 이끌어내기도, 어쩌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지 몰랐다.

“아버지.”

토르가 말했다.

왕이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토르, 내 아들아. 앉거라.”

왕이 건너편의 의자를 가리켰고, 토르는 순순히 앉았다. 아버지가 이렇게나 따스하게 토르를 자기 아들로서 인정하는 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발두르가 여전히 문가에 서 있었으나, 오딘은 손을 내저어 그를 물리쳤다.

“가거라, 발두르. 이것은 후대의 왕과 단 둘이서 나누어야 할 이야기다. 네 약혼자를 찾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거라.”

발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두르는 문을 닫은 후 떠났고, 토르를 그의 아버지와 홀로 남겨 두었다.

오딘은 뒤로 기대 앉았다. 오딘의 두 손이 홀을 감싸 쥐고 있었다. 오딘은 그 홀을 다른 사람이 지팡이를 사용하듯이 쓰는 것 같았다. 균형을 잡기 위해, 그리고 자기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몸을 똑바로 지탱하기 위해. 그는 노인이었고, 토르는 약간의 동정심이 솟아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토르는 자신이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왕이 얼마나 쌀쌀하게 굴었는지, 왕이 요르드를 어떻게 모욕했는지, 그가 로키를 얼마나 상처 입혔는지 상기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왕의 주름진 손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왕의 삶이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삶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오딘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을 것이며 후회할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가 움켜쥐고 있는 권능이, 삶 그 자체가, 조금씩 미끄러져 빠져 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아버지에게, 토르는 연민감을 느꼈다.

“발두르가 네 계획을 이야기해 주었다.”

오딘이 입을 열었다.

“그 계획에 동의하지는 못하겠구나.”

“로키가 남자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마술사이기 때문에?”

토르가 물었다.

왕에게 요구되는 기대치라는 것은 있는 법이다. 토르도 그 점은 이해했다. 오딘 또한 발두르의 약혼자를 고르는 데 있어 그러한 기대치를 확실히 했다. 레이디 난나는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그녀의 혈통이나 평판 또한 흠잡을 데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발두르에게 아름다운 자식들을 선사해 줄 것이다.

로키의 혈통은 시간 속에 잊혀졌다. 로키의 평판은 손 댈 수가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토르는 자식 생각이라고는 떠올려 본 적도 없었고, 로키가 아이를 밸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랐다. 로키의 마법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그의 자존심이 그런 일을 허하지 않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토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로키와 함께 하는 것 이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은 없었다.

“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로키가 왕에게 결속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딘이 말했다.

“로키는 종이고, 왕은 자기 종과 결혼하지 않지.”

토르가 그를 빤히 응시했다. 왕의 말에 놀라 잠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오딘의 입에서 나오리라 예상했던 말은 아니었다.

“원한다면 마음껏 그를 침대에 들여도 좋다.”

오딘이 말했다.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대도 할 생각이 없다. 로키도 아마 즐길 테지. 하지만 로키를 네 옆에서 함께 통치하는 위치까지 격상시킬 수 없다는 점만은 알아 두거라.”

토르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로키가 정말로 얼마나 자기 침대에 드는 것을 즐겼는지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선왕께서는 자신의 피를 사용해서 로키를 속박했다.”

오딘이 이야기를 들려 주듯 침착하고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키가 우리의 혈통을 섬기도록, 로키와 피의 결속을 맺었지. 왕은 언젠가는 죽겠지만, 왕의 혈통은 자식을 통해 전해 내려오게 되지. 로키는 내 아버지를 섬겼고, 나를 섬겼으며, 훗날에는 너를 섬길 것이다. 네가 죽고 나면, 네 아들을 섬길 것이고.”

토르는 몸을 떨었다. 로키가 자신이 필멸자의 영역으로부터 떠나고 난 이후로도 오래오래 살아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로키가 영원한 노예 상태로 예속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로키는 강력한 존재이다. 선왕은 로키를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그를 결박했지.”

오딘이 토르에게서 시선을 떼 불길을 바라보았다.

“로키의 힘을 이용해 선왕은 거인들을 다스렸고, 이 아름다운 성을 지었다. 나 또한 로키를 내 수단으로서 사용했지. 로키는 나를 위해 영지를 정복해 주었고, 내게 제국을 마련해 주었다.”

“로키를 난쟁이들에게 붙잡힌 상태로 내버려 두셨잖아요!”

토르가 비난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오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쓰디쓴 후회로 가득 찬, 끔찍한 소리였다.

“나는 로키가 언젠가는 우리에게로 돌아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도 그 결정을 결코 가벼이 내리지는 않았다, 토르. 우리 왕국을 위해 그렇게 한 거지. 난쟁이들은 내가 줄 수 없는 것을 요구했어.”

“로키가 고통 받도록 내버려 두셨어요!”

토르가 고함을 쳤다.

“그래.”

오딘이 인정했다. 그의 고개가 수치심으로 숙여졌다.

“내가 그렇게 했지. 로키가 고통 받도록 내버려 두었지. 내 아버지 또한 그에게 고통을 주었고. 로키는 내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다. 묠니르를 찾으리라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고, 묠니르 없이는 자발적으로 돌아 오지도 못 했을 거다.”

오딘이 토르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또한 로키에게 고통을 주게 될 거다. 어찌 됐든, 그는 네 종이 될 터이니.”

“아니오, 저는 절대….”

토르가 입을 열었지만, 오딘이 그의 손을 꽉 붙들어 왔다. 토르는 아버지를 응시했다. 그의 말을 더이상 귀에 담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허락치 않았다.

“로키는 종 그 이상의 존재가 절대 되지 못할 거다.”

오딘이 토르의 손등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말했다.

“너는 로키와 결혼할 수 없다. 로키는 우리의 혈통을 섬겨야만 해. 네가 죽고 난 후에도 로키는 자신의 그 직무를 다할 거다, 토르. 그것이 그의 의무이고, 그의 미래이지.”

토르는 속이 메스꺼웠다.

토르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가질 수 있을 미래를 상상하며 너무나 행복해 했다. 토르에게는 이제 로키가 있었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토르가 지금까지 늘 꿈꿔 오던 그대로였다. 둘은 너무나 아름다운 감정을 함께 공유했으며, 토르는 자신의 운명을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토르는 로키를 옆에 두고 로키와 함께 이 나라를 통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토르는 이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기 가족들이 로키를 종신 고용인으로 삼아 그의 존재를 부여잡고 그를 왕위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한 미래였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로키를 노예로 삼았다. 아버지 또한 그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로키를 악용했고 혹사시켰다. 그들은 로키의 힘에 기대지 않고는 스스로 자립할 수조차 없는, 나약하고 무력한 남자들이었으며, 나약하고 무력한 왕들이었다.

토르는 그것보다는 더 나은 남자가, 더 나은 왕이 될 것이다. 토르는 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토르는 로키에게 자유를 줄 것이다. 토르는 로키를 왕위에 묶어 둔 그 속박을 끊어 버릴 것이다. 로키는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아버지 말은 틀렸습니다. 로키는 더이상 종이 되지 않을 거에요. 저는 그를 자유롭게 풀어 줄 것이고, 그와 혼인할 겁니다.”

토르는 일어나 방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어갔고, 문을 활짝 열었다.

토르는 자신의 혈관 속에 역시 흐르고 있는 아버지의 피를 이용해 로키를 풀어 줄 것이다. 토르는 자신의 혈통을 자신의 뜻에 따라 사용할 것이다. 오딘이 지금까지 이야기해 준 모든 것들은, 토르가 로키에게 얼마나 귀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는지 알려 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토르는 그렇게 할 것이다. 토르는 로키를 결속한 그 마법이 얼마나 오래 되었고 그 주문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든 그것을 쳐 부숴버릴 것이다. 로키와 함께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토르가 다시 몸을 돌려 오딘을 보았더라면, 그가 토르의 뒤에다 대고 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르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

토르의 심장이 그의 머리를 지배했다. 토르의 마음은 햇살줄기 만큼이나 너무나 순수하고 따스했고, 그랬기에 토르는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를 엿보지 못했다. 토르는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 만을 보았다.

토르는 아버지가 허약하고 망가진 노인일 것이라 믿었으며, 그랬기에 그가 본 것도 그것이 전부였다.


*


토르는 마음 속에 결의를 품은 채 걸었다. 토르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대회당으로 돌아가는 토르의 발걸음이 메아리 쳤다. 토르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목적으로 차 있음을 느꼈다. 훗날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릴 때, 지금 그의 결심 또한 매 문장마다 아로새겨질 것이다. 이 순간이 바로 토르가 처음으로 왕으로서 행동했던 순간이라고, 사관들이 전해 내릴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은 서사시가 될 것이다. 토르가 어렸을 적 로키가 들려 주고는 했던 그런 종류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시절 토르는 전쟁과 영예에 관한 이야기들을 즐겨 들었지만, 이제 토르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온화한 이야기가 좋았다. 남자로 하여금 전쟁으로 뛰쳐들게 만드는 사랑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토르 또한 그런 고전 속의 영웅처럼 될 것이다. 토르는 로키를 속박으로부터 풀어 주기 위한 임무에 올랐으며, 그 임무에 성공한다면 영웅으로서 칭송 받을 것이다.

모두가 토르가 좋은 사람이고,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토르가 좋은 왕이 되리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토르가 대회당에 들어서자 모든 시선이 그를 향했다. 발두르가 토르를 향해 다가왔지만, 토르는 그를 무시했다. 자신에게는 해야 할 임무가 있는 만큼, 지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자신의 계획을 막으려 들기 전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해야만 했다.

토르의 시선이 로키를 찾았다. 로키는 불가에 있었다. 로키는 언제나 방 안의 불가 주위를 맴돌았고, 열기로부터 떨어지기보다는 가까이 있으려 했다. 토르는 그를 응시했다. 로키가 얼마나 행복해할지를 생각하기만 해도 환희가 느껴졌다. 토르는 칭찬을 퍼붓는 로키의 입술에 입을 맞출 것이고, 로키를 꽉 끌어안고 로키의 품으로부터 고양감을 만끽할 것이다. 로키라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꾸며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능숙한 혀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전설담을 엮어낼 것이다.

로키는 토르에게, 그리고 토르가 지금 하려는 일에 너무나 기뻐할 것이다.

토르는 군중을 가르고 지나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로키의 팔을 붙잡았다.

“할 이야기가 있어요, 로키.”

토르가 말했다.

로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귀족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로키도 그 자리를 뜨는 데는 별 불만이 없어 보였다. 로키는 그 남자에게 사과 한 마디 남기지 않은 채 토르를 따라갔다.

로키가 토르에게 의아한 시선을 던졌지만, 조용한 통로에 이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곳에도 경비병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왕자와 그 동행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고,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의무가 있었다.

“무슨 일이야?”

로키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가 토르의 목에 자신의 두 팔을 둘렀다.

“날 또 가지기까지 못 기다리겠어?”

토르도 웃었다. 토르는 머리를 숙여 로키에게 키스했다. 그저 입술이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가벼운 입맞춤이었을 뿐이었지만, 토르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오늘 하루 내내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토르가 말했다.

“아버지와 이야기는 나누어 보았어?” 로키가 물었다.

토르는 로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로키는 자신이 이 성의 모든 비밀 통로와 비밀 장소를 알고 있으며, 염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키도 이미 토르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네. 로키 이야기를 했어요. 로키와 혼인하겠다는 제 계획도요.”

로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왕이 그것에 대해 무슨 말을 했을지는 짐작이 가는군. 오딘이 심장 마비를 맞지는 않았던?”

“아뇨, 아직 살아 계세요. 하지만 제가 로키와 결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토르가 말했다.

“그리고 네 고집으로 미루어 보건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겠지.”

로키가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보다 더 나은 일을 하기로 했죠. 저는 아버지의 말과, 제 생득권을 거역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토르가 씩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로키가 그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유쾌함이 조금씩 걷어져 나갔다.

“토르….”

토르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할지를 로키가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토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의 무게감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토르는 공기 중에서 번개 불꽃이 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피 속에 깃들어 있는 마법을, 자신과 로키를 주인과 종으로서 결속시켜 놓은 주문을 느낄 수 있었다. 토르는 그것을 무엇인가 훨씬 더 좋은 것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토르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피 조금 뿐이었다.

토르는 다시 로키에게 키스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거친 입맞춤이었다. 토르는 로키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얽어 넣으며 잡아 당겼다. 로키가 입술에 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토르는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로키도 똑같이 했다. 로키가 토르의 입술을 잘근 물었고, 그의 이 사이로 토르의 피가 묻어 났다. 따끔하게 아팠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토르에게 필요한 것은 그 뿐이었다.

토르는 로키에게서 몸을 뗐다. 로키의 입에 물들어 있는 자신의 피를 바라보며 토르는 미소를 지었다.

“로키는 이제 자유에요.”

토르가 말했다.

“당신을 풀어 줄게요.”

“뭐라고?”

로키가 숨을 헉 들이켰다. 그의 얼굴에서 색이 빠져나가 창백해졌다.

“속박으로부터 당신을 해방시켜 줄게요. 당신은 더 이상 왕의 노예가 되지 않을 거에요. 로키는 이제 자유로운 존재에요.”

로키가 그의 몸을 붙들었다. 그의 눈이 공포로 커다래져 있었다.

“안 돼! 안 돼!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토르!”

토르가 그를 빤히 응시했다. 토르는 로키가 행복해할 줄 알았다. 하지만 로키는 전혀 행복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로키의 손톱이 토르의 팔을 할퀴어 들었다. 마치 토르의 몸을 찢어 발겨 다시 자신의 피를 토르의 것과 섞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전 제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죠.”

토르가 로키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그의 손아귀 안에서 팔을 틀었다.

“저는 제 할아버지와도 다른 사람이에요. 저는 로키에게 자유를 선사하려 하는 거에요.”

“이 멍청이!”

로키가 분노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로키가 몸을 움츠려 토르에게서 벗어났다. 그의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로키는 자신의 형상을 제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토르의 눈 앞에서 그의 몸이 쪼그라들었다가 커졌고, 파르르 떨렸다가 희미하게 깜빡였다. 로키의 원래 모습이 잠깐 비추었다가, 그 다음에는 갑자기 그의 몸이 여우로, 까치로, 그리고 마침내 뱀으로 변했다. 쳐다보고 있기 끔찍한 장면이었고 토르는 시선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시선도 로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로키가 다시 자신의 앞에 선 채 숨을 미친 듯이 헐떡이고 있었다. 로키가 토르를 응시했다. 그의 두 눈이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은 토르가 상상했던 그 모든 것들과 완벽히 반대의 모습이었다. 불과 몇 초 전 지켜보아야 했던 로키의 변신 장면보다 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로키가 심장이 찢어지기라도 하는 것 같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울음 소리를 내뱉었다가, 자신의 몸을 창문 쪽으로 내던졌다. 로키의 몸이 유리창을 박살내며 떨어졌고 그 다음 순간 그는 사라져 있었다. 그가 떨어지던 자리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 올랐다.

토르는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로키를 멈출 만한 능력이 그에게는 없었다.

토르는 통로에 서 있었다. 로키의 울음 소리가 울려 퍼졌던 통로는 이제 고요했다. 로키가 자신을 할퀴었던 자리가 쑤셨다. 로키가 그렇게 떠난 모습에 심장이 저려 왔다. 모든 것이 토르가 계획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것은 토르의 첫 위대한 승리도, 왕으로서의 첫 성공도 아니었다. 그것은 실수였고, 끔찍하기 짝이 없는 실수였다.

“토르!”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를 놀래켰다. 토르는 몸을 돌려 어머니를 마주했다.

요르드가 깨진 창문 유리조각 위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요르드의 눈이 부숴진 창문 쪽을 향했다가 다시 토르를 향했고, 그러고는 다시 창문을 향했다.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요르드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로키를 자유롭게 해 줬어요.”

어머니에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토르는 솔직하게 답했다.

요르드가 그의 뺨을 내리쳤다.

토르는 뺨을 움켜쥔 채 뒷걸음질 쳤다. 어머니가 온 힘을 다해 내려친 덕에 턱이 쑤시듯 아파 왔다.

어머니는 한 번도 토르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 가장 불순하게 굴었을 때조차, 가장 못된 장난을 쳤을 때조차 어머니는 토르를 때린 적이 없었고, 손 한번 올린 적이 없었다.

충격으로 인해 토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토르, 이 바보 같은 것!”

요르드가 외쳤다.

“왜, 왜 그런 짓을 한 것이냐?”

“로키가 종의 신분인 이상, 로키와 결혼할 수가 없다고 해서요.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요.”

토르가 대답했다. 차디찬 두려움이 등줄기를 따라 기어올라 왔다.

오딘은 왕이었다. 오딘은 단순히 그러한 결합을 허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단순히 로키를 쫓아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왕은 딱 필요한 정도의 정보만을 토르에게 주었고, 그 나머지 일을 행동에 옮긴 것은 토르였다.

“속임수에 빠지고 말았구나!”

요르드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창문 쪽을 향했다.

“오, 내 멍청한 아들. 내 다정하고, 멍청한 아들 같으니.”

토르는 고개를 숙였고, 무겁고 빠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머리 속이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

“그저 로키를 자유롭게 해 주고 싶을 뿐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평생 동안 종으로 살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어요.”

“로키는 자발적으로 오딘의 혈통에 매인 도구이자 무기가 된 것이다. 로키도 그 자신도 자기가 왜 속박되어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지.”

요르드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토르가 눈을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로키가 자발적으로 속박된 것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로키는 너무 오만한 존재였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스스로 굴복했을 리가 없었다.

“로키는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로키는 적도, 친우도 아니었지. 보르가 그를 속박하기 전까지, 로키는 야생의 존재였어. 왕국 전부가 그를 두려워했지. 그 누구도 로키의 존재가 기쁨을 가져올는지, 비통을 가져올는지 알지 못했다.”

요르드가 말했다. 요르드의 시선이 토르를 지나쳐, 머나먼 과거의 일을 응시했다.

“보르는 로키를 이용하고, 로키의 힘을 이용하고 싶어 했지. 하지만 로키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다는 이유만으로 로키의 기분은 휙 뒤바뀌었고, 로키는 보르의 군대를 파괴해 버리고 말았지. 보르는 분개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로키의 힘을 필요로 했다. 보르는 피의 마법을 사용했고, 자신의 피와 뼈를 일부 희생해 그 마법을 속박시켰어. 그 마법이 힘을 발하는 순간 로키가 울부짖던 소리를 아직도 기억할 수 있다. 측은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 하지만 로키는 그로부터 깨달음을 얻었다. 그 마법이 왜 행해져야 했는지를 이해했고, 그것을 받아들였지.”

토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로키가 자신의 속박 상태를 그렇게 순순히 수용했을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알아 온 로키의 존재는 너무나 독단적이기 그지 없었기 때문에, 토르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너는 로키의 과거의 모습을 모른다. 그가 야생적이었던 시절을 말이다.”

토르가 고개를 휘젓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요르드가 말했다.

“보르가 그를 속박했을 때, 로키는 평화를 찾았다. 왕국도 평화를 찾았지. 로키가 지금 이 순간까지 계략을 짜고, 이 모든 계획을 꾸미고, 널 섬기려 한 것은, 네가 그를 사랑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키가 원했던 것은 자신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었어. 그 속박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그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지.”

“로키는 대체 무슨 존재이죠?”

토르가 애원하듯 물었다.

로키가 왜 속박되어 있어야만 했는지 알아야 했다.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르는 왕국에 어떤 존재를 풀어 놓았는지 알아야만 했다.

요르드가 창문 쪽을 향해 머릿짓을 해 보였다. 토르는 바깥을 내다 보았다. 하늘이 불꽃으로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도시 외곽이 불길에 사로잡혀 있었다.

“로키는 불이고 그의 자유는 죽음을 의미한다.”

요르드가 말했다.


*    *    *




*일부 신화에서 로키는 불의 신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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