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토르로키/번역] Arenas Temporis (14/14) - 에필로그

토르로키 / Thorki

"Arenas Temporis(시간의 모래)"

by thorvaenn


원문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4275582/


  • 작가님의 허락을 얻어 번역합니다. (https://i.imgur.com/e3N884O.png)
  • 총 14편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 토르가 자신의 삶을 계속 반복하며 매 삶마다 로키와 함께 하고 사랑하는 루프를 겪습니다.
  • 워닝: 로키 과거 성적 학대 암시



*    *    *


14장. 에필로그



프리가가 그의 앞에 조그만 꾸러미를 들고 나타났을 때 토르는 네 살이었다.

“내 아들아. 이 아이는 네 동생이란다.”

“로키.”

토르가 외쳤다. 토르의 높은 어린애 목소리가 갓난아기를 깨웠다. 프리가가 몸을 멈췄다.

“그래, 이 아이가 네 동생 로키란다.”

“저는 로키를 사랑해요.”

토르가 낄낄대며 웃었다. 토르는 어설프면서도 이상할 만치 조심스러운 손을 뻗어 로키의 불그스레하고 통통한 뺨을 만졌다.

평화롭게 잠들어 있던 로키가 그 손길에 얼굴을 찌푸렸다가 깨어났다. 젖어 들어 있는 초록색 눈이 토르를 향했다. 프리가가 숨을 들이마셨다. 로키는 신경질적이고 곧잘 야단을 부리는 아기였다. 토르가 갑자기 새로운 형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갓난아이가 시끄럽게 울어 대는 소리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로키는 그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조용한 옹알이를 뱉어내며 로키가 토르를 올려다 보았다.

토르가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안녕.”


*    *    *


“말 안해 줬지.”

로키가 중얼거렸다. 토르가 이미 키가 훌쩍 커 버린 반면 로키는 한참 성장기에 있었고, 길고 가느다란 팔다리에 맞춰 근육도 자라나려 애를 쓰고 있었다.

둘은 이끼 덮인 땅바닥에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었다. 방금 막 호수 건너편까지 헤엄을 쳤다 돌아온 터였다. 이 곳에서 만큼은 여름의 열기도 어느 정도 견딜 만 했다. 물 냄새는 깨끗하고 맑았으며 강기슭은 키 큰 상록수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뭘 말해?”

“이전 일에…대해서 말이야.”

토르는 하늘에 대고 웃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로키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토르 역시 그것을 눈치챘더랬다. 로키는 보통 수업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키는 집중하지 못한다는 질책을 많이 듣고 있었다.

토르는 옆으로 몸을 돌려 눕힌 후 로키의 가슴 위에 달래듯 손을 올려 놓았다.

“오래 가지는 않을 거야.”

토르가 약속했다.

“네가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려는 걸 모조리 다 기억해 내 버릴걸.”

로키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로키는 벌써부터 선생님들의 머리 속을 헤집어 놓을 방법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키면 안 돼.”

토르가 말했다.

“이번 삶을 즐기고 싶단 말이야. 네가 요툰헤임이 아니라 여기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로키의 얼굴에서 유쾌한 표정이 사라졌다. 로키는 자기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로 멀리 떠난 것처럼 보였다.

“형 없이 그 곳에서 자라난 적도 있었지. 정말 이상한 곳이야…”

“그들이 그립지는 않아?”

“아니, 나는…. 아닌 것 같아. 내가 이제 모든 걸 기억하는 지금…내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왜 형과 합류하기로 결심했는지 떠올려 보면,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내 삶들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해 보면…. 나는 언제나 형의 동생이야.”

그 말이 토르의 심장 주위를 꽉 둘러 죄어왔다.

“내게도 마찬가지야.”

토르가 뱉어내듯 말했다. 그 목소리에 담긴 긴장감을 읽었는지, 로키가 몸을 돌려 팔꿈치를 괴고 반쯤 일어나 앉았다.

로키는 아까의 토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듯 토르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려 놓았다. 토르의 먼젓번 손길이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다면, 로키의 것은 뭔가 다른 말을 하는 듯 했다. 각성시키고, 유혹하는 무언가.

“네가 더 기억을 해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토르가 건성으로 말했다.

“나는 기다리고 싶지 않아.”

로키가 그의 입술에 대고 숨결을 내뱉었다.


*    *    *


토르는 성공적인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다. 토끼 두 마리와 비둘기 몇 마리가 끈에 묶인 채 토르의 어깨 너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토르는 전리품들을 내려 놓은 후 몸을 쭉 뻗으며 끙 소리를 냈다. 기나긴 하루가 지난 후 근육이 온통 항의하듯 삐걱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언제나 야단 법석의 일이었다. 이 곳, 아스가르드의 수도와는 멀리 떨어진 산 속 깊은 곳에서 남은 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기쁘기 그지 없었다.

오두막으로 걸어 들어오던 토르가 발을 멈춰 세웠다.

토르는 웃음을 지었다.

난로 위에서 뭔가 강한 허브 냄새를 풍기는 것이 끓여지고 있었다. 찬장 몇 개는 열린 채 들쑤셔져 있었다.

“여기저기 돌아 다니기에는 좀 나이를 먹지 않았느냐.”

토르가 말했다. 로키가 조그마한 나무 오두막의 침실로부터 모습을 드러내며 흥 하는 소리를 냈다.

“형도 가난한 은둔자처럼 살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었고.”

“네게 아홉 왕국의 그 어떤 왕실 주방에서도 맛보지 못할 만한 토끼 스튜를 만들어 주도록 하마.”

“꿈도 크셔라.”

그렇게 쏘아 붙이기는 했지만, 로키의 웃음 띤 표정으로부터 그가 기분이 좋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였다. 토르가 그를 마지막으로 봤던 때로부터 로키의 머리카락은 조금 더 하얘져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토르 자신의 머리는 이미 완전히 은색이 되어 있었다.

토르가 만든 토끼 스튜을 먹고 로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탕과 향신료를 넣어 끓인 와인까지 마신 후 두 사람은 불가 옆에 앉았다.

“우리의 모든 생에 대해 네게 이야기해 줄 때를 고르라고 했다면, 바로 지금이었을 텐데.”

토르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모든 걸 다 알고 있구나.”

“실망한 것처럼 들리네.”

로키가 콧방귀를 꼈다. 토르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전 로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할 얘기는 너무나 많지 않아? 우리가 함께 지내지 않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다음 삶에 대한 계획은 어때?”

술과 좋은 식사와는 별반 상관 없는 열기가 토르의 몸을 따라 흘러 지나갔다. 토르는 조금 더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고, 발을 따스하게 하려 다리를 쭉 뻗은 후, 동생의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뻗었다.

“그래, 어디 네 모든 계략을 한 번 읊어 보려무나, 장난의 신.”


*    *    *





nal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10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15
[토르로키/번역] Arenas Temporis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