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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로키/번역] Arenas Temporis (6/14)

토르로키 / Thorki

"Arenas Temporis(시간의 모래)"

by thorvaenn


원문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4275582/


  • 작가님의 허락을 얻어 번역합니다. (https://i.imgur.com/e3N884O.png)
  • 총 14편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 토르가 자신의 삶을 계속 반복하며 매 삶마다 로키와 함께 하고 사랑하는 루프를 겪습니다.
  • 워닝: 로키 과거 성적 학대 암시



*    *    *


6장. ‘계획’



1년 후


로키는 헐떡거리며 막대기를 고쳐 잡았다. 피부 위로 열기가 스물스물 기어올라 왔다. 로키는 에시르 족들 사이에서 충분히 오래 지냈기에 자신이 그들 중 하나였다면 지금쯤 이미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로키는 멈출 생각은 없었다. 체온이 자신의 집중을 흐트러뜨리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

로키의 발은 스스로 깨닫기도 전에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로키는 조심스럽게 옆으로 걸음을 옮기며 대련 상대의 걸음과 같은 속도를 유지했다. 자신의 측면으로 허를 내줄 생각은 없었다.

상대의 다음 공격은 로키를 잠깐 놀라게 했지만, 로키도 완전히 대비되지 않은 상태는 아니었다. 로키는 얼른 옆으로 몸을 튕겨 피하며 막대기를 몸 앞으로 밀어내 다음 공격을 방어했다. 그리고 로키는 거의 반사적으로 막대기를 휘둘렀다. 로키의 왼쪽 손이 막대기 한쪽 손을 느슨히 잡았고 오른쪽 손이 과감하게 회전해 공격을 가했다. 그 용감한 움직임이 성공해 목표물을 맞췄다.

왕이 – 토르가 – 눈썹 위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로키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로키는 본능적으로 치닫아 오는 공포감을 얼른 밀어 삼켜 버리고, 그를 향해 예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에시르 족은 대련과 그 외 공식적인 전투에 있어서 다양한 규칙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로키는 이제 그 규칙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대련이 끝난 후 로키는 물이 채워진 통 앞에서 얼굴에 물을 끼얹고 있는 토르 옆으로 다가갔다. 로키 또한 토르의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물을 적시기 전 얼른 그 시원한 물 속에 손가락을 담궜다가 얼굴을 적셨다. 사실 자신은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아주 잘 하더구나.”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다시 대련장으로 돌아가 다음 결투가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 보았다. 토르는 옆에 던져 놓았던 튜닉을 집어들어 머리 위로 뒤집어 썼다. 모래 색깔을 한 그 옷이 토르의 젖은 피부에 달라 붙었다. 로키는 얼른 대련장에서 맞붙고 있는 전사들 두 명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아직도 로키는 순전히 육체적으로 왕에게 압도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왕의 곁에서 지낸 몇 달의 시간 동안 자신의 몸에 해가 될 만한 일이 행해진 적은 한 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몸이 지닌 그 엄청난 힘을 의식하지 않기란 어려웠다.

고개를 살짝 떨어뜨리며 로키는 자신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그는 자신이 절대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정도로 변화했다. 여자 거인과 살았던 시절에 로키는 아주 날렵했고 몇 시간, 며칠 동안 몸을 움직이는 데에도 익숙했다. 하지만 그 때는 충분한 영양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토르와 자신이 그냥 단순히 ‘포로 시절’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그 시기 동안에, 로키는 더 말라 갔고 더 약해져 갔다.

아스가르드의 중심부에 자리한 왕궁에서 몇 달 동안 살며, 매일 풍족한 식사를 하고, 토르의 주의 깊은 시선 아래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후로, 로키는 가끔씩 스스로의 몸을 알아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옛날에 사냥감을 쫓고 허드렛일을 하며 몸에 조금 붙었던 근육은 더 강해지고 커졌다. 아스가르드에서는 바닥날 일이 없을 것 같이 풍족한 고기와 우유를 충분히 몸 속에 채워 넣은 덕분이었다. 물론 그것만 먹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로키는 초콜릿과 꿀로 만든 달콤한 간식도 몇 접시 잔뜩 탐미하고는 했고, 덕분에 피부 밑에 살도 조금씩 붙어 가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어느 날, 로키는 토르 앞에서 그렇게 한 접시를 깨끗이 비웠더랬다. 토르와 매일 만나는 것에 어느 정도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토르가 그것에 대해 한마디 했다. 로키의 날카로운 몸선이 조금 더 부드러운 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로키는 그 때 자신이 느꼈던 공포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야 드디어 자신이 왕이 만족스러워 할 만한 몸을 가지게 되어, 머지않아 그 이상하고 무서운 왕의 아래에 몸을 눕혀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싶었다.

이제 로키는 더 이상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적어도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통제권이 있고 머리속이 깨끗할 때는 말이다. 다행히 요즘은 그런 날이 아닌 날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새로운 삶 속에서 완벽하게 평온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로, 로키는 자신의 삶에 도무지 이름을 붙일 수가 없었다. 이제 마음 속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로키’라는 이름 말고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칭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일종의 친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키는 왕을 매일 만났다. 주기적으로 식사를 함께 하고 대련장에서 만났고, 그것보다는 덜 자주이기는 했지만 저녁에 와인 한 잔씩을 함께 기울이기도 했고 도시 바깥으로 나들이를 다녀 오기도 했다.

로키는 기꺼이 그 모든 일에 동행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한편 토르는 로키의 안위를 위해 모든 방면으로 힘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든지, 아홉 왕국의 긴 역사들을 모조리 들려 주는 것이든지.

“자문회가 회의를 소집해서 참석해야 하는데, 오후까지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구나. 그래도 저녁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두 사람이 지켜보고 있던 대련이 끝날 무렵 토르가 말했다. 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폐하의 소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로키의 그 말에 토르가 빙그레 웃었다. 로키는 놀라지 않았다. 로키가 자신에게 그런 식의 의례적인 말투로 말할 때마다 토르는 늘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조금 더 편하게 대해 줬으면 하는 의미라는 것은 이미 로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뭔가 초조한 기분이 그를 엄습해 왔고, 더 조용히, 더 저자세로 행동할수록 더 안전할 것이라는 말을 속삭여 왔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지금 야외에 있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늘 왕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다는 것을 로키는 알고 있었다.

로키는 방금 전 활동으로 뻐근해져 오는 어깨를 몇 번 앞뒤로 돌렸다. 날씨가 더웠다.

“하지만 말이에요…”

로키가 발 끝을 내려다보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절 너무 기다리게 만드시면 제가 어떤 기분 상태가 되어있을지는 저도 몰라요.”

그 버릇 없는 선언을 내뱉은 걸 후회해 볼 수 있기도 전, 터져 나온 토르의 웃음이 안뜰을 가득 채웠다. 토르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로키의 어깨를 꽉 움켜쥔 후, 과장스럽게 고개를 꾸벅해 보였다.

“마음 속에 잘 새겨놓도록 하마. 네게 합류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어지게 했다가는, 자문회는 내 노여움을 맛보게 될 거다.”


*    *    *


깨끗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토르는 회의장 쪽으로 향했다. 이 문제를 로키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이미 오래 전에 결정을 내렸다. 오늘 결정될 사항들에 많은 것이 달려 있었다. 토르의 머리 속에는 계획이 있었고, 그는 그 계획에 오늘 또 하나의 기초석을 다져 넣을 것이다. 회의가 저녁까지 너무 길어진다면 도중에 끝내 버릴 것이라는 식으로 로키에게 말해준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사실 토르는 오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 회의를 해산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룻밤을 꼬박 보내더라도 상관 없었다.

한 존재가 마땅히 살아야 할 삶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을 산 남자의 인내심으로, 토르는 요툰헤임의 종말을 계획해 오고 있었다.

그가 내린 결정과 그가 완수하기로 한 조치들은 모두 냉정히 계산된 것들이었다. 그 모든 계획에는 하나의 단순한 목적만 있다. 요툰의 왕족, 귀족들, 그리고 군대에게 철저한 모멸과 몰락을 안겨 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일이 끝나면 죽음까지.) 그 과정에서 아스가르드인들의 목숨과 자원은 최소한으로 투자할 것이다.

토르는 이미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느리지만 더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것은, 처음에는 힘든 일이었다. 토르는 매일같이 헬블린디와 그 놈의 앞잡이들이 로키에게 한 짓의 결과를 직면해야 했다. 움찔대는 것, 불신, 로키가 자신의 주위로 너무나 조심스럽게 꿰어 놓은 신중한 침묵까지…. 그냥 앞뒤 살피지 않고 전쟁에 몸을 던져 넣고 싶은 욕망이 마음 속에 강렬했다. 하지만 토르는 참았다. 그의 마음 속 조그만 목소리가 로키의 늦은 출생에 관한 수상쩍은 정황에 대해 다시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전쟁은 위험한 것이다. 분노로 달구어진, 성급한 전쟁은 더더욱 그랬다. 만일 이번 삶이 로키와 살 수 있는 자신의 마지막 삶이라면? 토르는 그것을 망쳐버릴 위험을 무릅쓸 수 없었다.

회의실에 도착한 토르는 긴 테이블의 끝에 자리잡은 후, 모두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토르는 회의장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훑으며, 방 안의 분위기를 재어 보았다. 토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알프헤임 무기 거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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